1. 페어트레이드의 배경: 개요

인류 문명이 생긴 이래로 무역은 인간의 삶과 떨어질 수 없는 일부로써 큰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 옛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물 교환에서부터 시작된 무역은 21세기에 이르러 생산자와 제조업자, 개인 투자가, 은행, 중간거래상 등 전세계 모든 사람으로 구성된 복잡하고 거대한 하나의 지배 구조가 되었습니다. 무역은 경제 성장의 가장 강력한 동력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의 모든 불공정함과 불평등의 근본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 20년간 어느 누구의 제어와 비판도 받지 않고 진행 된 급격한 세계화와 시장 자유화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의 삶을 파멸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부유한 국가들이 지난 50년간 이룩한 기술, 과학의 발달과 축적된 부에서 오는 원조는 오히려 제 3세계의 가난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자유 무역구조 아래 제 3세계의 아이들은 학교가 아닌 노예농장과 같은 일터로 내몰렸으며,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경제적 보상은 물론 기본적 인권조차도 보장 받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20세기 후반 한국도 무관하지 않은 제3세계 국가에 일어난 금융위기를 통해 우리는 “누군가에게 감당할 수 없는 가난”은 “누군가의 감당할 수 없는 부”와 이어져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 지구상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힘겹게 맞서가고 있는 세계화는 바로 심각한 빈부차이와 실업 그리고 황폐화되는 자연입니다.
2. 페어트레이드의 배경: 국제 무역의 문제점

신자유주의 시장 논리 아래 진행되는 세계화가 경제적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것은 시장 자유화와 자유무역입니다. 이에 따라 자본은 그 누구의 규제도 받지 않은 채 더 낮은 임금과 생산비용, 허술한 환경기준이 있는 곳을 찾아 국경을 초월하여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시장의 폭력성과 불공정한 가격에 착취당하는 가난한 나라 노동자들의 절박한 눈빛과 무자비하게 파괴되고 있는 그들의 삶의 터전을 생각하게 됩니다. 자유는 그에 따른 책임을 수반해야 합니다. 하지만 물질적 이윤만을 쫓는 시장과 자본의 자유는 인간 존엄성의 훼손과 자연 생태계의 파괴를 책임지지 않습니다.
희망무역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리는 자유 시장 아래 국제 무역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 누가 이끌어가고, 그들은 어떻게 의사를 결정하며,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고통을 받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정의로운 경제 운영방식을 만들고 더 나아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시민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첫 발걸음이기도 합니다.
(1)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비민주적인 기구들
현재 세계 경제의 게임의 규칙은 세계무역기구(the World Trade Organization: WTO)와 국제통화기금(the 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와 같은 국제기구가 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기구들은 시민과 사회 공공선의 관점은 거의 배제한 채 다국적 기업의 이해에 충실한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 WTO
세계무역기구(The World Trade Organization)는 국제 무역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지배 구조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WTO는 다국적 기업 및 기업의 이득에 맞게 설계되었으며 공동체와 생태계 보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 World Bank and the IMF
세계 은행과 국제통화기금(The World Bank and International Monetary Fund)은 가난한 나라의 경제개발을 위한 기구를 가장한 세계에서 가장 큰 금융 대부기관입니다. 문제는 이 기관들이 개발의 명목 하에 다국적기업이 저개발 국가의 천연자원과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을 도움으로써 그들의 빈곤을 고착시키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고리대금업자라는 점 입니다. - Global Trade Agreements
현재 우리 나라에서도 추진중인 자유무역협정은 FTA(Free Trade Agreement) 나라와 나라 사이에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하는 완전한 자유 무역을 추구합니다. 자유무역협정은 비교우위의 논리와 시장의 합리성이 결과적으로 협상 양국에게 유익한 경제적 보상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그 보상은 시장의 합리성이 아닌 자유무역협정에서 제외된 사회의 가장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빈곤과 희생에서 오는 것일 수 있습니다.
(2) 다국적 기업의 문제점

만약 미국 회사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면, 그 회사는 노동과 환경 문제를 포함한 생산 과정 전반에 대한 기본적 정보를 공개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같은 회사가 제 3세계 국가에 공장을 짓는 경우에는 그들의 생산 과정은 비밀의 베일 뒤에 가려집니다.
기업의 세계화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기업의 세계 경영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는 가장 임금이 싸고 노동 조건이 열악한 곳을 찾아 다니는 기업들의 행태입니다. 신자유주의가 말하는 “자본과 상품의 국경을 초월한 이동”, 이것이 바로 제3세계의 노동과 자연자원에 대한 착취를 더 악화 시키고 있습니다.
(3) 시장의 실패
“ UN 조사에 의하면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의 무역장벽으로 해마다 지불하는 돈은 천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부채탕감과 원조를 합한 것보다 많다.” “ 부자나라의 가난한 나라에 대한 무역장벽은 선진국 사이의 무역장벽보다 4배나 더 높다.” ”세계에서 최고 부호 세 사람의 자산이 가장 가난한 48개국의 국민소득(GNP)을 합한 것 보다 많다."
만약 국제 무역이 공정한 규칙 아래에서 진행된다면 전통적인 국제 무역 이론에서 말하는 교역국 모두에게 돌아가는 교환의 이득이 실현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 합니다. 선진국과 제3세계간의 경제규모와 정치적 영향력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협상력의 차이는 불공정한 교역조건을 형성하며, 종류와 성질이 전혀 다른 상품간의 교역은 단순한 교환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자유무역 하에서 제3세계 국가들이 당면하는 국제무역의 교환조건은 점점 더 불리해져 가고 있습니다.
자유무역의 합리성을 보장하는 조건의 비현실성
자유무역의 이론적 근거인 신 자유주의 경제이론은 완벽한 시장정보의 공유와(시장의 모든 참가자들이 가격과 수량을 포함한 거래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알고 있다.) 상품시장과 금융시장으로의 접근의 자유(시장으로의 진입과 금융의 대부가 누구에게나 보장된다.), 모든 생산자의 시장 수요에 반응하여 생산기술과 산출량을 바꿀 수 있는 능력(모든 생산자가 시장 수요에 맞춰 자신의 생산 시설을 바꾸고 산출량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이라는 가정에 기반하여 자유무역의 합리성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상의 세 가정은 제3세계 농촌 공동체와 노동자들에게는 명백하게 성립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가정입니다. 이상의 미시경제학적인 조건이 성립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유무역과 시장기구의 합리성은 무용할 뿐만 아니라 제 3세계의 생산자들은 무역으로부터 정당한 몫을 얻을 수 없습니다. 물론 특정 시장에서는 모든 무역의 참가자들이 이득을 얻는 win-win의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3세계 생산자들이 처한 시장 실패의 상황에서 자유 무역은 그들의 빈곤을 점점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상품 가격의 하락
개발도상국과 가난한 나라의 커피, 코코아, 차 재배 농민들이 당면한 문제의 근원은 과잉 생산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이론에 의하면 가격이 떨어지면 공급은 자연히 줄어들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가격은 하락 이전의 시장균형 가격으로 오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손’의 법칙, 수요와 공급의 가격 탄력성 이론입니다. 그러나 가난한 나라의 생산자들에게는 이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예를 들어, 현실에서는 커피 가격이 떨어지면 선진국의 커피 소비자들은 커피를 더 많이 마실 수 있고 더 중요한 것은 커피 생산이 줄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요? 가난한 나라의 농민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재배하는 작물의 가격이 생산원가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할 수 있는 일은 첫째, 생산원가도 받을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작물의 재배를 중단하는 것입니다. 이 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불법적으로 대마초를 재배한다거나 땅을 팔고 소작농으로 전락하거나 이주 노동자로 떠돌아 다니는 것입니다. 다른 방법은 가격이 오르기를 기대하며 더 많이 생산하는 길을 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체로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대부분의 농민들은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서 생산을 더 많이 합니다. 이로 인해 자동적으로 과잉 생산의 문제는 악화되며 가격은 더 떨어집니다.
또한 fair trade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전세계 상품시장의 무한경쟁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격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1980년대에 이르러 상품 가격은 바닥을 향해 치닫기 시작합니다. 1970년부터 2000년 사이에 설탕, 면화, 코코아, 커피와 같은 개발도상국의 주요 농산물 수출가격은 305에서 60%까지 하락하였습니다. EU(유럽연합)의 전신인 EC에 의하면 1980년 후반 구 소련을 포함한 동구권의 몰락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정부의 경제개입은 사라지게 되었으며, 1990년대에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진행된 신자유주의식 상품시장의 개혁은 특히 영세하고 가난한 생산자들을 무방비로 시장에 내모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오늘날 가난한 나라의 생산자들은 생산물 가격의 격심한 변동과 장기간 계속되는 가격하락 속에 하루하루의 생계를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UN 식량농업기구의 조사에 의하면 1980년부터 2002년 동안 상품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개발도상국가의 경제적 총 손실은 거의 2천5백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수백만의 가난한 농민들이 그 상품들과 그들이 수확 후에 받는 가격에 생계를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습니다. 약 50개의 개발도상국에서 세가지 또는 그보다 더 작은 수의 주요 상품의 수출이 수출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다른 생존 수단이 없는 많은 농민들은 가격이 얼마나 많이 하락하느냐를 고려할 수도 없이 생산을 점점 늘려야만 합니다.
많은 연구에서 상품 가격의 하락으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농촌에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임이 밝혀졌습니다. 즉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입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50%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농업은 GDP 3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